내가 시들 때, 함께 시들어버린 사람에게
- Leed Kim
- 10월 27일
- 5분 분량
1. 진태현의 멘트에서 느낀 감정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가 아내랑 굉장히 잘 삽니다. 제가 제 입으로 말할 정도의 자신감으로 저는 그렇게 잘 삽니다. 그런데 아까 보미씨가 자기 사진을 보면서 힘이 없다 그랬잖아요. 그죠 제가 아내하고 잘 사는 건 저는 아내를 꽃이라고 생각해요. 안 시들었으면 좋겠거든요. 제 아내가. 근데 보미씨가 본인이 시들고 있다고 얘기하잖아요. 그거 홍철씨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어떻게 사람이 자기 보고 힘이 없다 그래요. 그거는 배우자가 해 줄 수 있는 거예요. 물을 주고 가꿔주고 햇빛도 보게 해 줘야 된다고요. 우리가 노력해서. 가두면 안 돼요. 가두면 안 됩니다. 진짜로. 보미 씨가 제 딸이었잖아요? 저 진짜 찾아가요. 왜 내 딸 시들게 만드냐고 하고."
이혼숙려캠프의 이 짧은 쇼츠 영상 진태현의 멘트를 보면서 공감도 많이 되고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 또한 내 아내를 꽃이라고 생각하고 아내가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내를 보고 있으면 내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아내의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진지한 모습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와 힘이 없고 무기력할 때도 있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내가 사랑하는 내 아내이다. 나 역시 전혀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어떨 때는 고집부리며 미운 모습들을 보이지만 아내는 그런 나를 바로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 주고 사랑해 준다.
2. 내 실수와 후회

한동안 내가 아내를 시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내가 시들어버리면서 옆에 있는 아내까지 같이 시들어버리게 만드는 것 같았고 머릿속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시들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행동은 아내라는 꽃에 물도 주지 않고 가꿔주지도 못하고 햇빛도 보여주지 못했다. 집에만 박혀 해가 중천에 떠도 잠만 자려하고 데이트 계획도 없고 맛집에 가도 말없이 듣고 먹기만 하고 힘겹게 시간 내서 여행을 가더라도 즐기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그냥 집에서 유튜브, ott만 보다 잠들었다. 그렇게 점점 아내를 가두고 있었다.
한 번은 운동 같이 가기로 해놓고 다음날 오전 10시가 되어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나를 아내가 찾아와 깨웠다. "이제 일어나~"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이제 일어나야 되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11시에 일어날게"라는 대답을 했다. 아내는 안된다고 했고 나는 그럼 "30분만, 제발 30분,,,"이라며 진상을 부렸다. 아내는 이때까지도 화내거나 짜증내기보다 그러면 그만큼 뒤에 일정도 늦어지고 점심시간도 늦어지니 이제 일어나서 가자고 했고 한 마디 덧붙였다. "좋은 말로 얘기하니까 안 일어나지~" 그랬다. 나는 아내가 좋은 말로 하니까 전 날 했던 약속을 어기고 더 자봤자 피로가 해소되지도 않는데 당장 피곤하고 졸리다는 이유로 더 자려고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그렇게 대치가 계속되다 1~2분 정적이 흘렀고 나는 그제야 '이러면 안 돼.. 일어나자' 다짐하며 일어나 아내가 있는 옷방으로 갔다. 그런데 아내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옷방에서 아내는 등을 지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결혼 전 아내에게 항상 웃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프로포즈도 했는데 아내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 날의 기억은 내 인생 최악의 날이었고 망치로 내 머리를 세게 맞은 날이었다.
그날의 일기를 고스란히 남겨뒀었다.
3. 변화의 시작
그 일이 있은 후 바로 내가 달라진 건 아니었지만 나의 시간을 갖고 운동을 하고 약을 먹으면서 점차 다시 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나도 너무 기다렸고 같이 옆에서 함께했던 와이프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 정말 많은 이벤트들이 있었다.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멈췄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보기도 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그냥 마라톤일 줄 알았지만 빵트레일런이라는 트레일 런닝을 처음 도전해 완주하기도 했고 겸사겸사 펜션에서 바베큐도 구워 먹고 2차로 오뎅탕과 함께 오래간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간단한 요리로 집에서 아내와 함께 끼니 해결하기도 하고 티스토리라는 플랫폼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기도 하고 씽큐베이션 20기를 신청하면서 독서도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PDS 다이어리를 구매해 시간관리 및 기록도 다시 하기도 했다.
4. 내가 좋아하는 일, 글쓰기

나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주제는 다양하다. 일기처럼 나의 경험 그리고 나의 느낌, 나의 생각들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을 공유하는 정보성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이나 맛집을 다녀와서 소개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쓴 글들을 사람들이 검색해 찾아와 읽고 댓글을 남겨주고 소통하다 보면 나의 행복감이 차오른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한다. 극단적으로 가정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래 즐겁게 할 수 있지만 돈이 안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잘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게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다. 어렵다. 돈은 참 중요하다. 흔히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돈이 어느 정도 있을 때 혹은 최소생계비는 있을 때 얘기인 것 같고 돈이 없으면 정말 큰 불행을 겪게 된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부자들이 불행하게 가난한 사람들이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책 속에서 돈과 관련된 구절이 떠오른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돈의 진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잠깐 얘기가 샜는데 그래서 다시 좋아하는 일로 돌아가보면 그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면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다. 즐겁게 오래 하다 보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 그럴까? 물론 의식적인 노력 없이 그냥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배우고 모방하며 내 거에 적용해나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아니 좋아하는데 잘하기까지 하는 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나의 인생에서 정말 큰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글은 어디에서나 언제든 쓸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화장실 볼 일을 보면서도 대중교통을 기다리면서도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리고 나는 항상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가방 속에 필통과 책이 있기에 시간만 허락하면 꺼내서 글을 쓸 수 있다. 그럼 나의 직업은 작가?
갑자기 예전에 타일러의 세바시 강연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제목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박스'를 탈출하라였다.
5. 꿈은 ‘직함’이 아니다 – 타일러의 영상에서 얻은 통찰

"꿈의 다양성을 정해진 공식과 틀로 가두는 사회, 생각의 다양성을 가두는 우리 사회의 '박스(BOX)' 그 박스 속에서 탈출하라고. 여러분 꿈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으실 때 생각하는 단어들을 떠올려보면 꿈이라는 단어가 있는 자리에 직함이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직함이 아니어도 그런 약간 업계가 들어갈 수 있는 거죠. "뭐가 되고 싶어요?" 뭐가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이 표현을 왜 쓰고 있을까요? 우리가 "뭐 하고 싶어요?" 도 아니고. 하다와 되다의 차이를 생각해 보세요. 뭐가 되고 싶어요? 는 이미 정해진 뭔가 중에 하나를 골라갖고 그걸 꿈으로 삼으세요.라는 얘기가 돼버리는 거예요. 이 공식에 들어가지 않으면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이 박스에 맞춰서 그걸로 해라 얘기가 돼버리는 거예요. 근데 그 박스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까요?

박스의 바깥 다양성의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다양성이 중요해요. 박스의 한 가지 공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해요. 꿈이 하나가 있어야 된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어야 돼요. 이 박스에서 튀어나오려면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공식을 받아들이시면 안 돼요. 박스를 좀 튀어나오셔야 돼요. 어떻게 그것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실험을 하시면 돼요. 실험을 습관화를 시키면 돼요. 새로운 걸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실패와 성공이 존재하지가 않아요. 그냥 해보는 거예요. 많이 다양하게 해 보는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목표에 가까워지는 작은 규모의 실험을 설계하시면 돼요.

사람한테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 그 사람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다시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이 답변을 '뭔가 공식에 맞춰서 박스에 맞춰서 직함을 얘기해야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뭐가 되고 싶어요?라는 질문 대신에 열린 식으로 "뭐 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성입니다." 오랜만에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서 봤는데 지금 봐도 인상적인 영상이다.
글을 마치며..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다 보니 길어졌다. 아직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지만, 나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꽃이 시들지 않도록 매일 작은 물을 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더 좋은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삶도 천천히 피어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꿈이 무엇인지, 뭘 하고 싶은지?를 물어본다면 "내 꿈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을 글로 남기는 게 나의 꿈이자 내가 하고 싶은 거야"라고 이야기하겠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고맙고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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